“그 문제를 알려고 하지 마.”
언제나 나를 둘러싼 이들이 해주던 말. 아직은 몰라도 된단다. 아직은 너에겐 어려운 문제야. 그것은 족쇄가 되어 나를 얽매었다. 나를 얽매던 그것들이 부서진 뒤에도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나에게 속삭이던 이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도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은 나의 감옥이며 나의 일부분이었으니까.
“나와 사귀어 줄래?”
그 아이의 말도 그랬다. 처음으로 건네어진 권유. 그것은 금지되지 않은 영역으로부터의 속삭임. 그것은 매혹적이고 달콤한 것. 나는 쉬이 그것에 홀려버리고 말았다. 꿈꾸듯 몽환적인 느낌과 소름이 끼치도록 달콤하고 이것조차 금기에 얽매여 버릴까 두려운.
“그냥 두렵다고 하면 돼. 숨기려고 하지 마. 나는 떠나지 않을게.”
그 아이의 말은 내게 한 가닥의 구원이 되어 주었다.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그것은 금기에 얽매여있는 나에게 빛이고 희망이었다. 서슴없이 두렵다고 속삭이고 주저앉고 속삭였다. 두렵노라고 너마저 금기에 얽매여 사라질까 봐. 그리고 안심했다. 언제나 곁에서 보듬어 주는 손길에. 언제나 상냥하게 미소 짓는 얼굴에.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내밀어 진 손을 붙잡았다.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손.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한 손.
“너는 늘 궁금한 게 많은 거 같아. 내가 필요하다는 증거 같아서 기뻐.”
필요로 한다. 기쁘다. 그것은 정말 낯선 단어였다. 그것은 내 곁에 없던 것들이니까. 필요로 한다. 그것은 매혹적이게 날 사로잡았다. 없으면 안 되는구나. 그렇게 깨달았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구나. 그렇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내가 필요로 하면 그는 기뻐한다. 그러니까 나는 필요로 해야 한다. 그는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또 다른 족쇄였다. 나 스스로 만들어 벗어날 수도 부서지지도 않는 그런.
“그 문 안 여는 게 좋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의심하지 못했다. 싫었다. 하지 말라는 말은 이제 충분해. 그렇게 생각했다.
-왜 그 여자애 곁에 두는 거야, 귀찮잖아.
-아, 그러게 말이야. 귀엽다 귀엽다 하니까 사사건건 간섭이네.
-예쁘니까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야. 좋잖아. 여친이 예쁘다는 건.
그 아이와 친구들의 대화.
그리고 나의 세계는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