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피 파고들던 빛이 어둠에 잡아먹혀 깊디 깊게 가라앉았다. 심장에 적어내린 이름이 아릴 정도로 파고들었다. 잔인한 그대야. 점점이 흐르는 눈물을 이미 젖은 손으로 수없이 훔쳐내며 잔혹한 밤이 지나가기만을 빌었다.
*
벌써 3년째 어둡게 가라앉은 밤이 이어졌다. 밤은 안온하지 않은 잔혹한 어떠한 것. 소년은 시뻘겋게 벌어져 진물을 흘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눈물을 삼키었다. 잔인해. 시큰하게 달아오른 소년의 눈가가 따끔거렸다.
*
“하나마키?”
“우아악!?”
“여기서 뭐하냐?”
나른한 얼굴에 가득 들어찬 의문에 하나마키는 입을 다물었다. 몸 속 가득 담아놓은 말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내뱉기 어려운 것. 말할 수 없기에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속에 담아놓은 것. 말없이 외면하는 하나마키에 마츠카와는 별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자기가 먼저 나서서 모이자고 한 녀석이 안 오니까 난리 났다, 얼른 가자.”
휘적휘적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하나마키는 혀를 말아 꾹 목구멍을 눌렀다.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썩어문드러진 마음이 질척이며 쏟아져 입을 메우지 않도록. 그게 쉬운가. 하나마키의 눈이 탁하게 흐려졌다. 멀찍이 걸어가던 마츠카와가 뒤따르는 기척이 없음에 몸을 돌렸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마키?”
*
호흡이 헝클어져 심장을 짓이겼다. 이것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일도 많은데. 하나마키는 뜨끈하게 달아오른 손등과 팔목으로 눈두덩을 꾹 내리눌렀다. 그들의 3년은 끝이 났다.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되는 그들의 시간 속에서 그들을 묶어주던 얇디 얇은 끈은 끝을 고했다. 근 3년은 질리게도 그들을 묶어주었던 것은 종잇장보다 못한 상태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나마키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
“어라? 맛층, 맛키는?”
공을 들고 1, 2학년들의 연습을 지켜보던 이와이즈미의 말에 마츠카와는 어깨만 으쓱였다.
“에에, 맛키는 자기가 불러놓곤 자기가 안 오면 어쩌자는 거야.”
*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던 하나마키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찍은 사진. 겨우 몇 달 전의 사진인데…. 하나마키는 사진 속의 마츠카와에게 머문 시선을 억지로 떼어냈다. 네가 좋아. 네가 좋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좋아서. 끝이라는, 더는 함께 하나의 시간을, 공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미쳐버릴 만큼 버겁다.
“마츠카와.”
닿을리 없는 목소리가, 짓밟히고 짓밟혀 그 형태조차 문드러진 마음을 담고 허공에 산산이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