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너의 굳게 다물린 입이 때로는,

은반 위에 서는 것보다 더 두려울 때가 있었다.

/ 勝生 勇利

 

 

운동선수의 일상이란 언제나 지루하고도 지난하다. 지난 시즌의 결과를 반성하고 부족했던 점을 분석하고 몸을 다듬고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그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유리 카츠키는 가슴 깊은 곳에 도사린 불안감을, 어쩌면 공포에 가까울 그 감정을 꾸역꾸역 삼켜냈다. 뱉어낸다면 일순간 편해지리란 것을 알지만, 그 편함보다 더 괴로워할 자신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감정을 토해냄으로써 자책할 사람을 알기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그런 의미였다.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일정 속에서도 끝없이 살피며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 그랬으니 그녀의 끝을 고하는 난데없는 소식에, 꺼릴 길 것 하나 없다는 듯 자유로이 활강하던 은반 위에 주저앉아 버릴 정도로 충격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본래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정말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 원하는. 그저 걱정하는 그의 얼굴이 싫어서, 은반 위에서 진지하게 연기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투쟁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새하얀 은반 위에서 휘날리는 그의 검은 머리카락과 진지하게 빛나는 갈색 눈을 더 오래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연인의 찬란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11초가 아까운 이 순간에 걱정으로 일그러진, 자신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칠 그가 보기 싫었을 뿐이었다. 원하는 이 마음이 이기심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뒤늦게 안 유리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잘 알면서. 그녀가 숨긴 이 사실이 그를 얼마나 괴롭게 할지 잘 알면서. 그저, 잠깐의 평화를 위하여 방치한 거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지금의 고요가 싫었다. 그녀가 선택했음에도 이 심장을 빠듯하게 짓눌러오는 고요가 진절머리나도록 싫었다.

유리.”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그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토해냈다. 그 짧은 부름에 절절히 배어든 감정이 씁쓸했다. 소리 없이 떨어져 바닥을 적시는 것들이 눈 앞을 가리고 있었다. 닿을 리 없는 유리의 다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온기가 뺨에 닿는 것을 상상했다. 그 허상의 온기를 그러안고 그녀는 튀어나오는 비명을 꾸역꾸역 삼켰다. 온몸을 짓누르는 공포가, 고통이 그녀를 짓씹어대고 있었다. 자비 없는 이 병마에, 그녀는 눈을 꽉 감았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주변 사람들과 미리 대화를 나누시고정리할 관계가 있다면 미리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겁니다.’

원하는 의사의 차가운 권고를 떠올리며 무너졌다. 온몸을 짓밟는, 아무도 모르게 들이닥친 이 병이 너무도 싫었다. 유리의 품을 갈구하면서도 그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유리.”

몇 번이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부름을 원하는 끝없이 되뇌었다.

제발, 유리가 울지 않게 해주세요.’

유리가 보고 싶어.’

끝없이 충돌하는 갈구 속에서 원하는 버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홀로 맞이하는 끝은 너무도 아렸다.

 

제발, 제발 울지 말아요. 나의 빈자리에 당신이 울지 않을 바라요.

그것이 나의 어리석은 이기심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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