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공기 속에 묘한 냄새가 떠돌았다. 달밤 아래 피어난 밤꽃과도 같은 냄새. 은은하게 뒤섞인 달뜬 숨의 기척 사이로 스민 그것은 느릿하게 온 방의 허공을 뒤덮고 있었다. 밤하늘 한 가운데에서 온 세상에 옅은 빛을 뿌리고 있던 달이 어느새 그 빛을 잃으며 어슴푸레 밝아오기 시작하는 하늘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하늘의 끄트머리에 걸린 달과 그 맞은편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는 낮의 태양이 함께 걸려있었다. 검푸른 색에서 검붉은 색으로, 또 주홍빛에서 푸른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창공에 뒤섞여 어우러져 있었다.

 

아카이누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그 하늘을 가만히 보다 활짝 열린 커튼을 소리 없이 닫았다. 챠르륵, 거리는 옅은 소리와 함께 끌려온 커튼이 유리창을 타넘고 새어 들어오던 햇볕을 잘라냈다. 힘을 잃은 빛 덩어리들이 어둠 속에 잠겨들고 천천히 밝아오는 세상에 맞춰 온기를 품어나가던 방이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밤의 속으로 가라앉았다.

으응.”

방안을 메우다 사라져버린 빛 때문인지, 아니면 커튼이 움직이는 작은 마찰음 때문인지 이불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옅은 잠투정에 아카이누는 조용히 침대로 다가갔다. 천천히 볼록 솟은 이불 위를 토닥이며 아카이누는 조용히 읊조렸다.

괜찮다, 더 자라.”

카스미.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 이불 아래에서 뒤척이던 이가 다시 고른 숨을 내쉬었다. 이불 밖으로 흘러나와있는 백색의 머리카락이 작게 사각거렸다.

 

 

아카이누는 부드럽고 말랑한 여체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조용한 그 행동과는 달리 숨길 수 없는 소유욕과 그 손길에 배어나오는 집착이 선연했다.

친애하는 나의 카스미.’

소리 없는 말이 짙은 감정을 담아 몸속을 떠돌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날아 들어와 자리를 만들고 자리잡아버린 이 아름다운 이를 거부할 자가 있을까. 아카이누는 옅은 체온이 더 따뜻한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새하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벗은 몸에 얽혀드는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자나, 카스미?”

고요한 부름에 돌아오는 것은 그저 옅은 숨소리였을 뿐이므로 아카이누는 살짝 그녀를 더 끌어안을 뿐이었다. 가까이 밀착한 몸이 보드라웠다. 심장이 빠듯하게 차오르는 만족감이 좋았다.

푹 자라.”

귀애하는 나의 카스미.’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짓이겨 되삼키며 아카이누는 천천히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뱉었다. 천천히 두 사람의 숨이 뒤얽히며 하나의 숨소리가 되어 방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아카이누는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뒤섞여 하나가 된 숨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앞으로도 이 하나 된 숨이 영원하길 바라며. 이 순간의 평온이 내일도 이어지길 바라며. 그녀를 잃는 순간은 오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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