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도 몇 번인지 모를 사과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 돗포는 회사로 돌아가는 것은 포기하고 길거리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얼마나 우울하고 각박해보였는지, 지나가던 어린 아이가 그의 다리위로 사탕을 올려놓곤 쪼르르 도망을 갈 정도였다. 왠지 단내가 날 것 같은 기분에 돗포는 그 사탕을 들어 올렸다.

정말.”

알 수 없는 괴성을 차마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입 근처에서 웅얼거리며 토해냈다. 차마 남들의 귀에 들어갈만한 볼륨으로 괴로워할 배짱은 그에게는 없는 것이었으므로.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히익! , 죄송합니다!”

누군가의 말에 돗포는 습관적으로 사죄의 말을 내뱉으며 힐끔 위로 시선을 올렸다가 후다닥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낯이 익어서 더 당혹스런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혹시나 피로에 절어 버린 눈이 하필 사람을 잘못 본건가 싶어 위를 바라보았다가 자신이 본 것이 진짜라는 사실에 고개를 원위치한 돗포는 조금 많이 울고 싶었다. 멀쩡한 몰골로 만나도 자괴감이 드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었다.

칸논자카씨?”

고개 안 드실 겁니까? 언제나처럼 단정하고 교양이 묻어나오는 어투에 저도 모르게 움찔한 돗포는 뒷목이 서늘해지는,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혀 더욱 몸을 옹송그렸다. 정말이지, 일면식도 없는 아이에게 불쌍하다고 사탕을 받을 정도의 몰골인 자신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자신은 왜 항상 이런 식인지 .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역시 존재 자체가 잘못인 것이 틀림없었다. 돗포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면 깔끔한 인상이라도 주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오늘로 안녕인 듯 했다.

짝사랑도 제대로 못해 죄송합니다.’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사과를 속으로 꾸역꾸역 삼키며 손으로도 모자라 아예 다리에다가 얼굴을 파묻었다. 저를 한번 부르고는 말도 없는 상대에 온몸의 신경이 그에게로 쏠려 있었다. 제대로 말도 못하고 끙끙대던 돗포는 목뒤를 스치는 장갑의 감촉에 히익, 하고 작게 숨을 들이켰다. 바로 몇 걸음 앞, 토해냄과 동시에 닿을 법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숨결에 돗포가 힐금힐금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처럼 말끔한 옷차림과, 거만하게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그를 사로잡았다. 단정한 얼굴과는 달리 저 속에 얼마나 쓰레기 같은 것이 들어차있는지 돗포는 알고 있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마이크 앞에서의 그 랩을 생각하면. 넋을 놓고 쥬토를 바라보던 돗포는 무슨 잡지속의 신사처럼 부드럽게 웃는 쥬토의 얼굴에 파드득거리며 허둥댔다. 부패한 것은 확실히 별로지만 그것을 덮을 만큼 기묘한 매력을 지닌 사람. 달아오르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식히며 쥬토를 바라보는 돗포의 눈에는 확실한 열망이 스며있었다.

, 녕하세요

이루마씨. 피하고 싶지만 피하지 않을 거라는 듯, 절절히 쥬토를 바라보던 돗포는 다시 눈을 마주친 그에 괜히 어색해서 시선을 비껴냈다. 상대를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 좋은 저녁이군요.”

그저 자신의 어설픈 인사에 대한 화답일 뿐이었음에도, 그 답과 함께 온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라 돗포는 결국 시선을 땅으로 돌리고 말았다. 정말, 여러모로 곤란했다. 자신의 감정도, 저 이중적이고 마성적이라 더 매력적인 사람도. 정말 많이.

댓글 로드 중…

트랙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RL을 배껴둬서 트랙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