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래 고인 봄냄새가 너를 그려낸다. 나의 시간 대부분에 너는 있었고, 너의 시간 대부분에 내가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는 나를 사랑했다. 어느 커플이 그렇듯 서로에게 절절한 사랑고백 한번 한 적이 없으나 우리는 당연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도.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아무도 허락하지 않는 그 굳게 닫힌 울타리 너머에서 다가오는 너만을 허락하고, 네가 데려오는 이들의 방문만을 허락했다. 나의 의지로 들인 첫 번째 손님, 태양을 닮은 아이를 너는 진심으로 환영했고 나는 그것이 당연했다. 내 시간은 너의 손으로 넘어갔으며, 너의 시간은 나의 존재로 넘어갔으니까. 남에게, 그가 첫 번째를 가져갔음에 질투할 것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서로가 없으면 아무것도 넘길 수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우리였다.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이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으며,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네가 없는 나의 시간은 상상할 수 없었고, 내가 없는 너의 시간은 생각하는 것조차 불허했다. 나는 너로 하여금, 너는 나로 하여금. 너무도 담담한 사실이라 그것은 말할 가치가 없었다. 그래,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낯설다.
*
“켄마?”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낯설다.
너는 어디에 있니.
“…켄마, 밥 먹어야지.”
내가 이렇게 방안에만 있으면, 아니 조금이라도 잠적하려는 분위기가 보이면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너였다. 방문을 두드리고 속삭이며 나를 끄집어냈었다.
왜 지금은 없니.
“켄마, 테츠로도 네가 이러는 것 원하지 않을 거야.”
조근조근한 그 목소리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너라면 나를 이렇게 홀로 두지 않아.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나보다 먼저 눈치 채는 것은 너였다. 당연하다는 듯 내게 쉴 것을 권유하는 것도, 조금 더 할 수 있다며 등을 떠밀어주는 것도 너였다. 이렇게 숨쉬듯 당연하던 네가 없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
꽃이 졌다. 너와 함께 보러 가기라 약속했던 벚꽃은 시들었다. 너와 함께 항상 놀러가던 그 곳에는 네가 그 시작만을 겨우 밟았던, 네 인생의 마지막 계절이 지나갔다. 울음으로 가득 차 지켰던 너의 마지막. 제대로 소리조차 안 나오는 목으로 내 손에 마지막 온기를 전하며 속삭이던 네 말은.
여기에 없다.
*
기계 속으로 흩어지던 너의 마지막 숨과 함께 멈춰버렸다, 너의 시간은. 그리고 넘겨주는 이 없는 나의 시간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는 나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태어나 세계를 인식한 그 시점부터 너는 내 곁에 있었다. 네가 없는 시간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홀로 가는 법은 모른다. 허니 내게 남은 것은 넘어가는 것을 잊은 페이지 위에 가만히 서있는 것.
그렇게 나는 시들어 갈 것이다. 너와 함께 보길 고대하며 기다리던, 그 계절의 끝자락에서.
*
이제 혼자 걷는 거야. 할 수 있지, 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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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