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숨이 끈적거리며 달라붙었다. 쿵쿵 울리는 심장이 버겁게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흐르는 그 생명이 버거웠다. 피로 범벅이 된 손, 멈춤을 모르고 흘러내리는 숨결이 산산이 흩어졌다.

안 돼.’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혹은 절규가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짝이던 것이 빛을 잃고 애틋하게 틀어 쥔 붉음이 온몸으로 번져 올랐다. 소중한 것을 또다시 잃는 느낌은 어떠냐며 빈정거리는 니건일의 목소리가 귀를 스쳐지나가 붉은 웅덩이 속에 처박혔다. 밝고 장난스럽게 웃곤 하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피를 토했다. 얼굴에 튀는 그 붉은 생명이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조금 더 강하게 너를 말렸다면, 너를 막아섰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

 

하아.”

삼장은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다 얼굴을 쓸어내렸다. 축축하게 젖은, 공포로 얼룩진 끔찍한 표정이 뭉그러졌다. 피곤에 절어버린 얼굴이 지나칠 정도로 익숙했다. 문득 시야의 끄트머리에 걸린 달력에 삼장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벌써 3년인가.”

아스라한 목소리가 잘게 바스러져 흔들렸다. 다시 한 번 얼굴을 쓸어내리려던 삼장은 노크 없이 열리는 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열린 문에다 대고 쓸모없는 노크를 하는 붉은 머리에 그가 작게 혀를 차자 오정은 덩달아 인상을 팍 찌푸렸다.

젠장, 내가 왜.’

오정이 투덜거리던지 말든지 관심이 없는 삼장은 구겨져 자고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물었다.

왜 왔어.”

, 어제부터 수사 중인 연쇄강도범 DNA분석 끝났다고 팔계한테서 연.”

너희끼리 가.”

말허리를 잘라먹은 코트 자락이 펄럭이며 시야를 가렸다. 스쳐지나가는 옅은 바람에 오정이 문에 기대 서있던 몸을 바로하며 어느새 저만치 멀어진 삼장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어딜 가려는 건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뭐라 더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석이랑 가야하는 건가.”

마땅찮은 기분에 오정은 혀를 차며 문을 닫았다. 밝음이 사라진 방안은 축축한 어둠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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