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둥글레차

2017. 1. 1. 11:14 - Liberia Logann

평화롭기 그지없는 아침이다. 분명 등교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사실이기도 했다. 저 소란스러움이 학교를 뒤덮기 전까지. 아침부터 선도 쌤한테 걸려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질 않나 복도에서는 일진들이랑 시비가 붙어서 싸우질 않나, 여러모로 시끄럽고 거슬렸다.

“하나야, 아침부터 표정이 왜 그래?”

“어……그냥.”

혜주의 말에 대강 답하자 옆에 앉아있던 유리가 참견했다.

“전학생 때문에 시끄러워서 그렇겠지.”

“아, 하긴.”

혜주가 책상에 걸터앉았다.

“하긴, 그 남자 둘에 여자 하나였지? 여자애는 예쁘다고 하던데.”

“너는 여자밖에 관심이 없냐.”

유리의 타박에 혜주가 쏘아붙였다.

“책 바보는 닥치고 책이나 읽으시지, 응?”

“시끄러어……. 그 빨간머리 같은 반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분명 무지무지 시끄러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교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빨간 머리가 뛰어들어왔다.

“백건!”

뭔가 급해 보이긴 했지만, 예의가 없다고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었는지 유리가 머리를 토닥거렸다.

“어? 뭐야, 쟤 언제부터 저기 있었냐?”

혜주의 물음에 나는 다시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시끄럽다.

“몰라. 확실히 쟤 시끄럽네. 하나가 싫어할만하다. 머리도 새빨개서 선도가 나타나기 딱…….”

내 말이 그 말이라며 뺨을 책상에 기댄 채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주은찬 네 이놈!”

들려오는 일진의 외침에 인상을 팍 찌푸리자 혜주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 선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장실로 끌려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학교가 더 시끄러워질 것 같은 느낌이야.


*


예상과는 달리 그 이후는 상당히 조용했다. 주 뭐라는 빨간 머리 애는 등에 ‘나는 반항을 했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녀서 우스꽝스러운 데다가 머리와 대조되는 교복의 색에 태극문양 같았다.

“어? 유 나비 태극문양이랑 같이 있네.”

쟤네 둘이 친했느냐는 혜주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알 턱이 있나. 나의 반응에 혜주는 기대도 안 했다는 듯 두 사람을 관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오오, 저 둘이 굉장히 친밀해 보이는데?”

“유 나비는 예쁘니까, 주 은찬도 남자라는 거겠지. 그나저나 너 청소는 다 하고 이러고 있는 거냐.”

갑자기 나타난 유리에게 혜주가 끌려가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정말 싫어!”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진지 얼마나 지났을까, 유 나비의 날카로운 외침과 거칠게 철퍽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쟤는 매일 시끄러.

*

도망가는 유 나비와 쫓아가는 일진들을 구경하는데 혜주가 머리 위에 턱을 올렸다.

“저것들은 싫다는데도 저러냐.”

“딱히 우리랑 상관없잖아.”

내 말에 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

혜주의 말에 신경을 끄고 창문이 깨끗하게 닦였나 확인하는데 혜주가 갑자기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오, 주 은찬이 유 나비를 데리고 뛰어내렸는데?”

혜주의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자 어느새 쫓아내려간 일진들과 그 둘이 대치하고 있었다.

“일진들 질척질척하다. 나 같아도 싫겠구만.”

“너한텐 애초에 못 저러지.”

그 말이 맞다며 킬킬거리는 혜주를 무시하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곤란한 상태의 애를 구하다니 이미지랑은 다른 행동에 관심이 갔다. 높이가 높이인지라 띄엄띄엄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 은찬이 유 나지를 도와주고 있는 상황은 대강 이해가 갔다. 내가 봐도 혐오스러울 만큼 쫓아다니긴 했지. 여하튼 잘 풀린 듯한 상황에 몸을 돌렸다.

뭐…생각보다 좋은 녀석인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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