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세상이 무너졌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땅이 흔들렸다. 모든 서있는 것들이 부서지고 무너졌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재앙의 씨앗이 인간들의 힘을 벗어난 재앙이 내린 대지에 독니를 드러냈다. 불길이 대지를 휩쓸고 세상을 집어삼켰다. 무너져버린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흘러내렸다. 수습할 방법이 없는 상황 속에서 방사능에 절여진 대지는 인간의 발목을 잡아챘고 하늘은 방사능을 머금었다. 푸르고 아름답던 세상은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미쳐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살길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안전한 공간, 식수 한 방울, 빵 한 조각을 위해 무기를 훔친 자들이 거리를 거닐었다. 세상이 무너지기 전의 도덕은 더는 의미가 없었다. 대항할 능력이 없는 여자들은 겁탈당하고 병약한 자들은 사냥 당했다. 인육을 먹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자들이 나타났다. 세상은 광기와 살아남겠다는 열망,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으로 가득 찼다. 



AFTER TAHT DAY


#1. 잎사귀



세상이 무너진 후에 혼란기를 지나 어느 정도 세상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모여 무리를 형성했다. 무리끼리 함께 사냥하고 공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과 땅은 죽어있었다. 그 끔찍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은 태어났다. 죽어버린 세상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기형이 많았다. 어른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그 아이들의 몸뚱이로 배를 채웠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에게 도덕률은 그야말로 꿈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태어나는 아이들 중에서도 극소수 아이들은 신기한, 세상이 무너지기 전에는 초능력이라고 부르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줄 안전망이 없는 세상에서 초능력은 죄였다. 사람들은 살아남는데 유용한 아이들을 착취하는 것에 거리낌 없었다. 아이들은 과도한 능력 사용으로 죽어나갔고 초능력의 유용함을 체험한 어른들은 새로운 초능력자를 찾아 나섰다. 힘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세상에 기묘한 것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짐승이나 짐승이 아닌 것들이 세상을 배회했다. 그것들은 인간을 사냥했다. 무지막지만 힘으로 인간을 사냥하고 집어 삼키는 그것을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불렀다. 아주 많은 피를 흘리고 나서야 그들은 괴물들이 좋은 식량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냥하는 일에 초능력이 일반적인 무기들보다 유용하다는 사실은 더 빨리 깨우쳤다. 아이들은 사냥에 동원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괴물의 출현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였다. 사람들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필사적으로 보호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결국 다른 무리에게 책임을 돌렸다. 훔쳐간 아이들을 내놓으라며 무리들 사이에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세상에 새로운 혼란기가 시작되었다.



“이와쨩!”

천조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사람이 천을 끌어내리며 품에 안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치치 않았어?!”

호들갑을 떨며 달려온 갈색머리의, 꽤나 미형의 소년이 그의 몸을 샅샅이 훑었다.

“와아, 우리 캡틴은 매정하기도 해라.”

얼굴을 가린 천을 치우고 땀을 닦아 내리던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키득키득 웃자 안고 왔던 다른 아이를 내려놓은 검은 머리의 남자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맛층이랑 맛키는 안 다쳤을 게 뻔하잖아!”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리는 오이카와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 이와이즈미가 구출해온 두 아이들을 번쩍 안아들고 아지트 안쪽으로 들어섰다.

“악! 이와쨩! 오이카와씨는 연약하다구!”


“자, 여기가 ‘우리 집’이다.”

이와이즈미는 두 아이들을 내려놓았다.

“멋지지!”

어느새 따라온 오이카와의 자부심어린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던 두 아이들의 눈에 신기함이 스며드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 오이카와가 활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여기는 ‘너희들의 집’이기도 해! 이름, 알려줄래?”

오이카와의 말에 시선을 피하는 아이들에 당황한 오이카와가 허둥대자 뒤따라 들어온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그를 마구 비웃었다.

“괜찮아. 여기서는 너희들의 능력을 일부러 쓰지 않아도 괜찮아.” 

“앗! 이와쨩, 못난이 주제에 멋진 척 한다구!”

“쿠소카와, 뒤진다.”

이와이즈미가 주먹을 번쩍 들자 휙하고 돌아선 오이카와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도, 그리고 너희들을 구출해온 세 사람은 물론 여기 있는 모두가 능력자야! ‘우리들’은 한 둘 있을 때는 약하기 그지없지만 ‘다수’가 되면 무척이나 강해. 우리는 ‘독수리’들처럼 별로 전투적인 성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강해. 그러니까 안심해, 너희들은 ‘자유’야.”

더는 그 지랄 맞은 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 반짝거리던 오이카와의 눈이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가 입을 작게 벌렸다.

“쿠니미, 아키라.”

“에. 어, 어어…킨다이치 유타로, 입니다!”

“응, 환영해. 쿠니미, 킨다이치!”

다시 활짝 웃는 오이카와의 눈에 어둠은 없었다.


여기저기 안내해주는 오이카와의 뒤를 따라 아지트를 구경하던 쿠니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능력…안 물어봐요?”

“여기는 식료푸…응? 에…. 왜 물어봐야해?”

오이카와의 반문에 쿠니미가 입을 벙긋거렸다. 왜, 냐니….

“말하고 싶으면 말해주겠지. 딱히 물어볼 필요 없는 걸? 너희는 이제 ‘잎사귀’고 우리는 ‘가족’이야. 가족이라도 뭐든 털어놓고 살진 않는다구. 더 궁금한 거 있어?”

“‘잎사귀’니 ‘독수리’니…그건 뭐예요?”

“음…‘무리’의 이름이야. 이 근방에는 4개의 ‘능력자 무리’가 있어. 우리, ‘잎사귀’ 그리고 ‘까마귀’, ‘철벽’ 그리고 짜증나는 ‘독수리’.”

“독수리, 강해 보입니다!”

반짝거리는 킨다이치의 눈에 오이카와가 콧방귀를 꼈다.

“하나도 안 강해!”

“야, 오이카와. 개인감정으로 거짓말 하지 마.”

때마침 느긋하게 사과 하나를 물고 식료품 저장고를 나오던 하나마키가 흥흥거리는 오이카와를 대신해서 설명했다.

“‘독수리’는 이 근방에서 ‘제일 강한 무리’야. 거긴 애초에 전원이 전투계열이기도 하고…우리는 뭐라고 해야 할까…상호간에…아, 진짜! 오이카와, 네가 설명해!”

난 이런 거에 잼병이라고. 투덜거리며 사과를 와작거리는 하나마키를 흘겨본 오이카와가 말을 받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구성이라면 걔네는 뭐든지 부수는 놈들이야. 무식하기 그지없어. 제일 재수 없는 건 우시와카쨩!”

이를 바득바득 가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나마키가 다 먹은 사과 심지를 오이카와에게 들려주며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이카와의 능력은 생장이랑 정화야. 그걸 ‘독수리’의 리더인 ‘우시지마’가 알곤 쟤보고 계속 ‘독수리’로 오라고 하거든.”

뭐, 본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장난스럽게 웃어보인 하나마키가 두 사람을 끌어당겼다.

“자, 이제 내가 설명해줄게. 우리 캡틴은 지금 정신이 없어 보이니까!”

쿠니미는 지랄발광을 하고 있는 오이카와를 힐끗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마키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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