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구름을 뚫고 희미한 빛이 대지에 내려섰다. 말라비틀어져 죽어버린 나무에 매달린 빛이 스치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나뒹굴었다.

“? 왜 그래, 스가.”

“하늘이 일그러져 있어, 다이치.”

“다른 무리의 능력…일까?”

“아사히상, 겁먹은 거예요?!”

“아, 아니…노야아….”

와글와글 거리는 뒤편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하늘을 빤히 바라보던 스가와라가 다이치를 힐끔 바라봤다. 눈을 감고 저 너머를 더듬는 듯한 얼굴에 스가와라는 천천히 노야의 입을 막았다.

“스ㄱ…!”

그제야 모두가 다이치를 빤히 바라보았다.

“스가.”

“응?”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하자.”

“무슨 일이 심까!”

타나카의 외침에 다이치가 잠시 내려놓았던 짐을 들어올렸다.

“시미즈야.”

그의 말에 잠시 그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바닥을 굴러다니던 빛이 겨우 나무의로 기어올랐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가 서있었다는 흔적 빼고는. 그러나 그 흔적도 곧이어 지나가는 바람에 쓸려 사라졌다.



AFTER TAHT DAY

#1. 잎사귀 (2)



“? 왜 안 먹어?”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입에 쓸어 넣던 야바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쿠니미의 앞에 고기를 쌓아주었다. 산더미처럼 고기가 쌓여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쿠니미의 손에 야바하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를 헤집었다.

“더러워, 이 자식아.”

바로 옆에서 괴물의 다리짝 하나를 붙잡고 뜯어먹고 있던 쿄타니가 신경질을 내며 돌아섰다. 그래도 신입이 있다고 그나마 얌전히 짜증내는 그를 힐끗 본 야바하가 그제야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하도 이 무리의 생활에 익숙해졌더니 ‘괴물’의 껍데기를 방어구로 쓸지언정 그 고기는 독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해냈다. 어우, 멍청한 새끼.

“독 없어.”

“…?”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살짝 인상을 쓰는 쿠니미의 얼굴에 야바하가 쩔쩔매며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가지고 오던 와타리를 끌어당겼다.

“야, 와타리. 네가 얘한테 설명 좀 해봐.”

“뭘?

“이거 먹어도 괜찮다고.”

야바하게 고기더미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옅은 감탄사를 뱉어냈다.

“음, 그러니까…신입?”

말갛게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에 와타리는 머리를 매만지다 한숨을 내쉬었다.

“캡틴…그러니까 오이카와상의 능력, 들었어?”

“네….”

“오이카와상의 능력은 두 가진데…이런 채소나 과일을 만들어내는 ‘생장’이랑 주변을 정화하는 ‘정화’거든? 그 능력 덕분에 괴물의 몸속에서 독이 완전히 사라져. 그냥 고기야. 꽤 맛있으니까 먹어봐.”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구니를 챙겨 가버린 와타리의 뒤를 빤히 쳐다보던 쿠니미가 가만히 고기를 노려보았다.


저편에 앉아있던 오이카와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자자! 대충 다들 배 채웠지? 그럼 오늘 신입들에게 자기소개 좀 하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든 것을 확인한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 이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야. 능력은 다들 알겠지만 ‘생장’과 ‘정화’! 무리의 식량 보존과 확보를 담당하고 있어!”

“이와이즈미 하지메. ‘구출조’다. 능력은 ‘투명화’와 ‘신체강화’. 오이카와 이 자식이 이상한 짓을 하면 가차없이 패도록.”

“이와쨩, 그런 말을 하면 캡틴의 이미지가…!”

“닥쳐, 쿠소카와!”

“너한테 이미지가 있긴 하냐?”

옆에서 낄낄대는 하나마키의 손에서 사과를 빼앗은 마츠카와가 가볍게 던졌다 받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츠카와 잇세이. 나도 ‘구출조’소속이고…능력은 ‘감지’랑 ‘확장’. 이 녀석이랑 같이, 경보 담당이야.”

느긋하게 말한 마츠카와가 사과를 베어 물며 입을 다물자 하나마키가 이어받듯 입을 열었다.

“하나마키 타카히로. 능력은 ‘텔레파시’라서 교신이랑 구출조 내부 상호 정보 교환을 돕고 있어. 잘 부탁해.”

씨익 웃는 하나마키의 눈이 야바하에게 닿자 야바하가 벌떡 일어섰다.

“능력은 ‘결계’라서 아지트의 수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이름은 야바하 시게루입니다!”

바짝 기합이 들어가서 답하는 모양새에 쿠니미가 힐낏 시선을 돌렸다.

“아, 소개 하는 건가요? 나는 와타리 신지. 능력은 ‘보호’야. 야바하랑 같이 아지트의 수호와 외부로 나가는 구출조의 몸을 외부의 독성이나 감염원으로부터 보호해. 그리고 요리도 하고 있어.”

배고프면 언제든지 말해. 언제 나갔다 왔는지 이번에는 야채로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 있던 와타리가 부드럽게 웃었다. 쿠니미와 킨다이치의 눈이 유일하게 소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닿았다.

“쿄타니.”

“쳇.”

단호한 이와이즈미의 음성에 쿄타니가 입을 열었다.

“코타니 켄타로. 격살.”

겨우 세 마디를 하곤 다시 고기를 뜯는 모습에 와타리가 곤란하다는 듯 웃으며 속삭이듯 설명했다.

“사냥 담당이야. 능력은 격살. 우리 무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격 자체에 특화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쿠니미와 킨다이치가 서로의 눈을 힐끗대며 침묵했다.

“전에도 말했지만…여기는 너희들의 집이다. 눈치 볼 필요 없어. 밝히고 싶지 않으면 능력을 말하지 않아도 좋아.”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자유야.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해! 우리는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아.”

“…우리가 나가서 어른들에게 이곳의 존재를 알린다고 해도…요?”

“응! 우리는 어른들에게 무너질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걸?”

쿠니미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오이카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었다.


“쿠니미 아키라. 능력은 증폭….”

“증폭…?”

쿠니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보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손을 곁에 있던 야바하의 몸에 가져다댔다. 잠시 움찔하던 야바하가 고개를 번쩍 들며 카니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왜 그래, 야바하?”

“갑자기…능력이 강해졌어.”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마츠카와가 능력을 강하게 하는 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자기 자신에 한정되는 것이었다.

“하…. 착취, 당할 만하네.”

침음을 흘리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의 눈이 쿠니미의 손을 향했다.

“너…부작용은?”

쿠니미가 입을 꾹 다물자 공기가 무거워졌다.

“…사용한 시간의 두 배만큼 자야하는데요.”

마침내 열린 쿠니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모두가 허탈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는 게 아니면 됐다. 너는?”

이와이즈미의 눈이 바로 옆에 있던 킨다이치에게 닿았다.

“킨다이치 유타로입니다. 능력은 방어입니다.”

“아…. 너 통증 그대로 있지?”

마츠카와의 말에 킨다이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출조니까.”

“네?”

설명을 요구하는 킨다이치와 쿠니미의 얼굴에 와타리가 입을 열었다.

“우리 무리는 ‘착취당하고 있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만 구출해. 그걸 위해서 구출조는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해. 어떤 무리에 능력자가 있다는 소문이 아니라 직접 착취당하는 것을 봐야지만 움직이는 거라서….”

와타리의 설명에 마츠카와가 씨익 웃었다.

“봤거든, 너희가 있던 무리가 너희들을 이용해서 괴물을 사냥하는 거.”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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