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며 그 무엇보다 찬란한 축복. ‘나’라는 개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그 마음 자체만으로 귀중한 것.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마음. 소녀는 그럼에도 소년을 사랑했다. 그는 빛나는 사람. 더없이 아름다운 사람. 곧고 굳세며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사람, 그럼에도 오만하지 않은 사람. 소녀는 그 달뜬 마음을 붉은 심장 속에 품고 아름다이 빛나는 이를 두 눈에 담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하기에.


때로 그 사람을 품고 있다는 것조차 고통이었고, 그 빛을 원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웠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그것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변화시켰다. 절망은 켜켜이 쌓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 출처도 알 수 없는 마음은 단단히 굳어 땅의 일부가 되었다. 아직도 씁쓸한 향으로 남아 코끝을 스치우지만 소녀는 괜찮았다. 여전히 그것은 소녀의 시간 전부를 손아귀에 두고 있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그 사람의 겉가죽이 아름답다는 것. 그렇기에 소년은 멈춰서 있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그가 힘들면 손을 내밀지 못해 안달이었고, 그가 관심을 보이면 설명하고 그 손에 쥐어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소년은 그 사이에서 일그러지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이 어리석었다. 소년은 스스로를 증오했고, 증오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함에 절망했으나 소년은 괜찮았다. 소년은 가만히 있음에도 홀로 빛나는 소녀를 보았다. 어찌 모를까, 저 멀리서 눈을 빛내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빛나는 미소를 짓는 소녀는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멀리서나마 보는 그 미소는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소년은 구원받았다.


소년은 소녀가 망가지길 바라지 않았다. 저토록 빛나는 이라면 소년이 다가가는 순간 일그러진 자신을 알아챌 것이 틀림없었다. 소년은 저를 보곤 일그러질 소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소년은 마음을 깊이 품기로 했다. 분명 드러낸다면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지로 소녀를 그에게 쥐어주려 할 터였다. 짓밟힌 꽃은 빛을 내지 않는다. 땅에 떨어진 별은 빛나지 않는다. 소년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소년의 마음은 단단하게 굳어 하나의 보석이 되었고, 소녀의 마음은 더욱 더 아름답게 피어 하나의 꽃이 되었다. 굳건히 빛나는 그 속에 숨죽인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그들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마음을 건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침묵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만을 키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기형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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