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두둑.
붉은 빗물이 황폐한,대지가 버린 대지에 강을 만들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도달하는 마지막 땅. 천국과 지옥에서 거부당한 모듯 것들이 도달하는 최후의 영역. 그곳에 붉은 강이 흘러내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자. 마지막 숨을 스스로 버린 자. 어깨에 짊어져야할 숙명을 내버린 자. 우리는 그들을 자살한 자라 칭했다. 하늘이 버리고 대지가 부정한 자들. 그들은 붉은 강이 흐르는 대지에서 몸을 눕혔다. 살아있는 땅은 그들을 거절하고, 선을 갈구하는 천국은 그들을 외면했으며 악을 갈구하는 지옥은 그들은 비웃었다.
한 여행자가 있었다. 세상을 떠돌며 온 세상의 이야기를 심장에 담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심장은 세상으로 가득 차 천혜의 보물이라 칭해졌다. 그의 심장은 모두가 노렸으며 그것은 죄의 근원이 되었다. 붉은 빗물은 모두가 탐하는 세상을 담은 심장을 아무런 대가 없이 품었다.
탯속의 생명을 부정하는 여자가 있었다. 사랑하는 이의 씨앗을 담지못한 여인의 태는 절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증오로 뒤범벅된 어미의 피는 태아를 죄악으로 물들였다. 숨을 쉬는 것조차 괴로운 그 태 속에서 태아는 세상을 외면했다. 어미조차 외면한 태아를 붉은 강은 아무런 감정없이 품었다.
붉은 빗물로 이루어진 붉은 강은 모든 것을 버린 자, 모든 것을 빼앗긴 자, 모든 것에 버려진 자, 모든 자들이 탐내는 것을 그 속에 품었다. 황폐한 대지가 부정한 그 땅의 유일한 호수. 그것에서 검푸른 싹이 돋아났다.
시작은 물속의 작은 풀이였으나 그 무었보다 단단히 자라났다. 그것의 줄기는 스스로를 버린 자들의 육신이요, 부서져내리는 껍질은 스스로를 버린 자들의 정신이라. 그것이 틔운 꽃은 모든 것에 버려진 자들의 육신이요, 흩날리는 씨앗은 모든 것에 버려진 자들의 희망이라. 그것이 매단 잎사귀믄 모든 것을 빼앗긴 자들의 육신이요, 물들어 가는 단풍은 모든 것을 빼앗긴 자들의 절규라. 그것이 맺은 열매는 모든 자들이 탐내는 것의 정수요, 썩어가는 과육은 모든 자들이 탐내는 것에 묻은 탐욕이라.
대지가 버린 대지, 그 위의 붉은 강, 그 안의 거대한 나무.
그것은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모든 부정당하고, 포기하였고, 빼앗기고, 탐해진 것들의 안식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