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태풍이 휘몰아쳤노라. 그것은 환상의 종말을 고하는 마귀의 노래요, 시간의 끝을 알리는 개벽의 종이로다. 오오, 왕이여. 나의 시간을 지배한 이여, 당신은 어디로 가셨나이까.


찰박-


붓을 담갔다가 꺼내면 검은 먹물이 묻어날 것만 같은 하늘이 퍽 마음에 들었다. 태풍이 온다고 했던가. 그리 작게 중얼거리며 발을 옮겼다. 가고자 하는 길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 사람과 같은 숨을 내쉬며 그 사람과 함께일 것이라는 각오, 그런 것 따위는 버린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것의 모양새는 이미 멀어져 버린 옛날의 영광과 닮아있었다. 그래. 자신은 시체나 다름없었다. 당신만은 빛 속에 살라. 그리 말했던가. 허나 자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어둠 속에 기생하는 자다. 그에게 빛이라는 것은 단지 사치에 불과할 뿐. 그 사람이 있었기에 빛 아래에 얼굴을 들이밀 수 있었다.


감히-


하늘의 색이 더 어두워졌다. 이제는 그 사람의 눈망울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검고 맨질맨질 해서 더 아름답던 그 사람의 눈.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눈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이다. 그렇게 아름답던 그 사람은 이제 없었다. 바람이 험상궂다. 멍하니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귀와도 같이 그늘을 드리우는 불안감에 휩싸여, 혹은 연인처럼 감싸 안아오는 걱정과 함께 발을 옮기는 사람들.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분명 일기예보는 그리 말했다. 그리고 아마 빗나가지 않으리라.


탐내어라-


자신은 어둠 속의 사람이고 그 사람은 빛 아래의 사람이었다. 모두가 사랑하고 찬양하며 경애하던 그 사람. 그는 어둠 속의 벌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늘과 같이 험상궂은 바람이 불어오고, 태양이 구름에 밀려난 어느 날. 이 땅과 이별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떠났다. 모든 것을 거칠게 밀어버리는 태풍에 휘말린 사람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바람은 이제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만큼 강해져 있었다. 자신의 몸뚱이라 볼품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며 눈을 감았다. 아아,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 그대여, 당신은 무섭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바람에 감싸 안기어라.


바람이 거칠게 몸을 밀었다.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태풍이 치던 날. 이 땅을 떠난 이를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불어온, 그 사람을 데려간 태풍에 몸을 맡겼다.


오, 왕이여. 나를 어둠 속에서 끄집어 올린 이여.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처박은 그대여.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당신의 빛으로 하야 눈을 뜬 자. 저는 당신을 따라, 다시 발을 옮기나이다. 오오- 나의 사랑이여. 나의 사라져버린 일부여. 당신을 따라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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