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순전히 이기심으로, 처음 부에 찾아와 인사를 하는 너를 잃어버리기 싫다는 욕망으로. 나는 네가 좋았다. 네가 건네는 공, 인사,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까지.
너에게 나는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너는 어리숙했고, 조용히 서 있기 바빴다. 아직 아무도 너의 진가를 모르고 있어서 나는 더 너를 불렀다. 네가 한번이라도 더 나에게 공을 올려주길 바라고 네가 한 번이라도 더 내 이름을 불러주길 바랐다.
아무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너마저도 몰랐겠지. 알고 있었다. 다들 내가 귀찮겠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네가 나만을 바라봐주길, 독점하고 싶다는 마음을 어떻게 꺼내놓울까. 한심해하면서도 나를 봐주는 네가 좋았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너의 목소리는 달콤해서 주워들은 것들을 나는 하나하나 해나가기로 했다. 세터가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 자신의 공을 받은 스파이커가 멋지게 상대를 부숴버리는 거라고 하기에 그러게 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네가 올려주는 공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화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느새 내가 손꼽히는 스파이커로 불리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득점에 성공한 후 쾌감으로, 즐거움으로 뒤범벅된 너의 얼굴을 봤다. 좋았다. 그 얼굴이 미치도록 좋았다.
너에겐 승리만 가져다주고 싶었다. 더 강해져야해. 어느 순간 수단은 목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점점 더 나를 신뢰하는 너를 보면서 행복했다. 이 대회가 끝나면 우리는 정말 이별하게 될 텐데, 싫다. 너는 나의 세터인데. 나의 모든 기술은 너를 위해서 인데. 너와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선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싫다. 왜 너와 헤어져야만 해.
"아카아시!"
"네, 보쿠토 상."
너는 내가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겠지. 너에게 나는 그냥 거추장스럽고 손이 많이 가는 선배일 뿐이니까. 좋아해. 바보같은 나라도 남자와 남자가 사랑을 나누는 게, 똑같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토스 올려줘!"
'나를 사랑해줘!'
"알겠습니다."
너에게 이렇게 밖에 긍정의 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슬프다.
아카아시. 있잖아, 내게 공을 올려주지 마. 내 응석을 받아주지 마.
"아카아시, 어서!"
이렇게 거짓말 투성이인 내가...
"역시 난 아카아시가 좋아!"
"네에, 네에."
거짓말쟁이인 내가 밉다, 아카아시.
"보쿠토 상 어쩔 거야?"
"보쿠토상이요?"
"응."
복도 너머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가 달콤하다.
"곧 졸업인데 뭐 포기해야죠."
너의 목소리가 혀가 아릴 정도로 달콤하다.
있잖아 아카아시.
"아카아시! 공 올려줘!"
"네네."
손부터 놓은 다음에 날 포기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