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비어있었다. 텅 빈 땅에 새하얀 실금을 긋고 가벼운 공 하나를 품에 안고 바라본 하늘은 허무할 정도로 멀었다. 홀로 갈 수 없으리라. 너는 갈 수 없으리라. 모두의 말이 나를 휘감았다. 무겁게 몸을 짓누르고 목을 옥죄었다. 외로움을 한껏 머금은 진득한 대지가 발을 잡아챘다.

가고 싶어, 저 먼 하늘로.

손안에서 데구르르 구르는 공이 속닥였다. 불가능해. 포기해. 다른 길을 찾아봐.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밝게 웃고 활기차게 홀로 연습하는 것도, 집에 가는 친구들을 붙잡아서 공을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벅찼다.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는 시간은 너무도 무겁고 답답해서 서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만둬버릴까.

몸속에서 주체할 길 없이 자라난 마음이 속살거렸다. 달큰한 향을 풍기는 말은 너무도 달콤해서 몸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뒤돌아본 그 길에 흩뿌려진 시간과 외로움이 너무도 사무쳐서. 멍하니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가면 되지 않을까.

진득하게 발을 잡아오는 것을 뿌리치고 한걸음 내딛었다. 깊이 베여드는 외로움과 속을 뜯어대는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되뇌며 한걸음, 또 한걸음. 지나온 길에 붉은 상흔이 새겨져도, 발목을 스치는 깊은 절망에도 하늘을 바라보며 걸었다.

저 하늘을 나는 순간을 열망하며.

지치고 홀로 노력하는 것이 억울했다. 홀로 간다며 비웃는 모든 것들이, 끝없이 흘러내리는 외로움과 절망이 바닥을 메웠다. 점점 힘들어지는 호흡 사이에서도 비어있던 코트 안에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곳을 바라보며 똑같이 외로움에 사무쳐 독기만을 품던 이들이 하나 둘 차오르는 것을 보며 환희어린 미소를 그려냈다.

괜찮아, 고생했어. 이제 같이 가지 않을래?


그 한마디가 너무도 황홀해서. 끈덕지게 나를 붙잡던 것들이 나를 더는 잡을 수 없는 순간에, 내 목을 옥죄는 것을 조심스런 손으로 풀어주는 이들 속에서 바라본 하늘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뻤어. 행복했어.

나를 억누르고 있던 모든 것들과, 여태 흘려왔던 모든 것들을 털어내고 함께 같은 길을 바라봐주는 이들의 틈에서 환희어린 날개를 휘둘렀다. 여기서 죽어도 좋아. 이게 마지막이라도 좋아. 다시 혼자가 되어도 좋아. 하지만…드디어, 드디어 왔어, 내가 저 하늘을 나는 순간이. 그렇게 속삭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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