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그 부드럽던 봄날, 우리는 알았을까?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소중히 여길 거라고. 네가 나에게 이렇게 중요한 무언가가 될 거라고. 적어도 나는 상상하지 못 했는걸?

 

쏟아지는 벚꽃 아래에서 만난 처음은 평범했다. 그냥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 아이. 아마도 같은 학교의 학생. 딱 그 정도의 감흥, 그 정도의 감정. 그것이 형태를 갖춘 것은 언제였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간질거리는 시작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저 미화된 과거의 추억에 지나지 않을까.

글쎄.”

읊조리는 듯, 물음이 아닌 듯 내뱉어지는 사토의 말에 이쿠야도 답인 듯, 아닌 듯 애매하게 답했다. 직선적이고 분명한 편인 그녀의 성격상 질문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답에 사토의 분홍색 눈이 허공의 어드메에서 이쿠야에게로 흘러내렸다.

지금 와서 그런 거, 기억할 리 없잖아.”

처음부터 친했던 것도 아닌데. 와르륵 웃으며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묻힌 이쿠야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에 사토의 눈이 다시 허공에 드리운 벚나무 가지를 타고 기어올라 하늘로 향했다. 그저 벚꽃 속에서 만났기에 그렇게만 기억하고 있을 뿐인 그 만남은,

확실히 그러네.”

무어라 정의하기 모호한 기억 속의 장면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가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 변하지는 않으며,

 

그리고 딱히 지금 와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벤치 위에 놓여있던 손위로 온기가 한 자락 덮였다. 그 담백하기 그지없이 만난 손등과 손바닥 사이에 오가는 온기가 퍽 따뜻했다.

그냥 지금이 더 중요한 거지.”

같이 있는 바로 지금. 단호하게 말하고 있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뺨을 붉힌 이쿠야의 붉은 색감의 눈에 사토가 선명하게 담겼다.

, 맞아.”

놀란 듯 동그랗던 사토의 눈이, 예상외의 말에 살짝 벌어져 있던 입이 둥글게 휘었다. 말끔한 호선에 묻어나는 기쁨을 이쿠야는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행여나 사라질까 서둘러 두 눈에 담았다.

 

네가 더없이 빛나는 사람이 아닐 이유는 되지 않는 것을. 처음의 기억이 흐릿하면 어떠할까. 나란히 앉은 이 순간에 가슴이 빠듯하게 차오를 정도로 소중하고, 네가 하는 그 모든 것들에 기꺼이 너의 편이 될 것인데. 네가 가는 길을 응원하고, 네가 하는 선택을 지지하며, 네가 보는 길을 믿을 진데. 한참도 더 전에 지나가 버린 처음보다는 너와 함께 쌓아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한데.

 

사토의 손이 손등을 덮고 있는 이쿠야의 손안에서 반 바퀴 돌았다. 자연스럽게 마주한 두 손이 뒤얽혔다. 맞닿은 두 손바닥으로 흘러들어오는 온기가, 그저 따뜻할 뿐인 그 체온이 혀가 아릴 정도로 달콤했다.

이제 집에 갈까?”

그래.”

 

 

 정말 그 누가 알았을까. 두 손을 모아, 이렇게나 내가 부디 너의 짐이 아니길 바라게 될 줄은. 우리도 정말 몰랐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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