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가지의 끄트머리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던 나뭇잎이 툭 하고 떨어져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소용돌이치던 나뭇잎은 찰나의 비행을 마치고 땅에 떨어져 흙 알갱이들의 위를 두어 번 구른 후 그 위에 가만히 누웠다. 아직 파릇파릇한 그 잎사귀의 짧은 여행의 끝에는,

 

길의 저편에서 뛰어와 거칠게 땅을 밟고 허공으로 뛰어오른 소녀의 발 구름이 있었다. 도약력을 위해 강하게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소녀의 뒤로 남은 것은, 그 거친 걸음에 짓이겨진 나뭇잎 한 조각과 나뭇잎의 조각으로 범벅이 된 흙 알갱이들뿐이었다.


 

유야!”

, 죄송합니다.”

갑자기 허공에서 뛰어내린 누군가 덕분에 깜짝 놀라 옮기던 바구니를 놓쳐버린 가게 주인이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서둘러 줍다가 깔끔하게 착지한 이를 보곤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부름에 찔끔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그녀의 사과에 뭐라 하지 못하고 떨어진 물건들을 줍는 주인을 부드럽게 외면한 유야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다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

유야의 검은 머리카락이 인파 사이로 흩어지자마자 은신을 푼 카카시가 긴 숨을 토해냈다. 그의 곁에 있다가 얼떨결에 같이 은신했던 야마토도 덩달아 은신을 풀며 카카시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딱히 질문하고 있진 않지만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분명한 눈빛에 카카시가 고개를 저었다.

유야였다. 날 본 거 같은데.”

카카시의 말에 야마토의 얼굴이 묘하게 구겨졌다. 언제였더라, 나루토에 휘둘려 셋이서 라멘을 먹으러 갔다가 마주친 유야가 자연스럽게 자기가 먹은 라멘의 값을 미루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후배 밥 사줄 돈도 없으면 죽어야죠. 왜 삽니까?’

묘한 야마토의 얼굴에 다 안다는 듯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준 카카시가 허허롭게 웃으며 원래 가려던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루토 녀석이 곧 돌아온다.

 

막을 길이 없으나 막을 생각도 없는 시간이 노도와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유야는 전쟁을 앞두고도 평화롭기 그지없는 마을에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마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호카케 관저가 눈에 들어왔다.

유야.”

저 관저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닌자 명부 속에  똑똑히 기록되어 있을 이름을 제 입으로 내뱉는 그녀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닌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나 그 이름에서 풍기는 피비린내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모든 것이 지루한 것처럼 무덤덤하게 걷던 유야는 어디선가 날아온 사과를 턱하고 붙잡아 한입 베어 물었다.유야. 오늘은 얌전하구나?”

과일을 던져준 과일가게 주인이 껄껄거리며 웃자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

저라고 매일 장난치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거의 매일이잖아?”

그럼 오늘은 그 거의 매일이 아닌 날이라고 치죠.”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끝내는 유야의 말에 가게 주인이 파안대소하며 사과를 하나 더 던져주었다.

그래그래. 오늘은 그날이 아닌 걸로 하자. 하하!”

.”

그렇다고 우리 가게에선 장난치지 말고.”

제 알 바 아닌데요.”

툭툭거리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며 꼬박꼬박 존대를 모습에 주인이 다시 웃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오냐! 그보다 어디 가는 것 같았는데 괜찮냐?”

딱히요. 그냥 산책하다가 누가 보여서 온 거니까. 여하간 가볼게요.”

대강 꾸벅 인사하고 멀어지는 그녀에 가게 주인이 저 녀석도 참 제멋대로라니까.’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

입에 가득 들어찬 사과를 씹으며 발길 가는  대로 걷던 유야는 앞에서 들리는, 뭔가 찌부러지는 말에 시큰둥하게 앞을 보다가 비죽 웃으며 다 먹어서 이제는 씨만 남은 사과 씨를 퉤 뱉었다.

그러고 보니 배고픈데어디 뜯어먹을 사람 없나.”

너 사과 먹고 있었잖아.”

손에도 있잖아! 라며 한숨을 토해내는 카카시에 유야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너 얼굴로 내 알 바냐라고 말하지 마라, .”

피곤해 보이는 카카시의 얼굴에 유야가 피식 웃었다.

, 나보다 늙은 사람 말은 안 들리는데요.”

어휴. 그래, 뭐 먹을래.”

다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는 카카시에 유야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깍지를 껴 제 뒤통수에 가져다 대며 중얼거렸다.

야키니쿠나 얻어먹어 볼까.”

좀 봐줄래?”

싫은데요?”

비죽 웃는 모습에 카카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가게 안에서 보고 있던 야마토는 조용히 가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저 존재 자체만으로 재앙에 가까운 녀석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카카시 선배.”

저 사람 놀려먹기 좋아하는 소악마에게 탈탈 털리는 카카시보며 야마토는 조용히 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댓글 로드 중…

트랙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RL을 배껴둬서 트랙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