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 커미션 / BL / 히프노시스 마이크 / 돗포쥬토 ] ㅍㄹㅅㅅ님
2018. 12. 27. 10:36 - Liberia Logann당신의 시체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데. 돗포는 잘게 떨리는 눈으로 차가운 세상을 바라보았다. 당신이란 사람은 너무도 매력적이라 이렇게나 깊게 빠져들었는데. 돗포는 그의, 그다지 관심 없던 시선을 떠올리며 목을 매만졌다. 아침에, 유난히 잘 매어지던 넥타이를 얼마 전 다듬어 뭉툭한 손톱으로 긁어내렸다. 천위를 흘러내리는 손톱이 허망했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그곳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끝날 거라면 차라리 그것이 내가 되기를 바랐는데. 홀로 고통스러워하고 홀로 그리는 것은, 당신이 살아 숨 쉬는 동안 한 것으로도 충분했는데. 더는 보지 못할 당신을 보며 괴로워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는데. 돗포는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에 목을 움켜쥐었다. 두 손에 들어찬 목이 섬뜩했다.
‘죄송, 죄송합니다…….’
‘당신은 또 사과를 하는군요?’
명백한 조소가 어린 말이었으나 말을 건네준다는 사실이 너무도 좋았었다. 그저 나를 보고 말을 건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빠듯한 심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는데, 왜 당신은…더는 내게 시선을 보낼 수도 없고, 날 선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는 곳으로 향했는가.
돗포는 고개를 푹 떨궜다. 시야에 담기는 발이 흐리기만 했다. 나를 봐주지 않을 바에는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랐다. 나를 그 차가운 마음에 제대로 담아주지 않을 바에는 아무도 담지 않길 바랐다. 누가 봐도 아슬아슬하기만 한 우리의 관계였으나 그마저도 좋았는데. 그저 이어진다는 그 사실이 가슴 벅차도록 좋았는데.
돗포는 적막한 장내를 지친 얼굴로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나 기묘할 정도로 고요한 식장이 마치 쥬토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결국 영원히 얻을 수 없게 된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정말, 정말로….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돗포는 천천히, 천천히 식장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고요히 눈 감고 있는 그를 향해서. 잔혹하게 짓이겨졌다는 이유로 겨우 얼굴만 드러내고 잠들어있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마침내, 다시금 보이는 그의 얼굴에, 돗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생채기가 난 얼굴을 만져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얼굴이 차게 식어 눈을 감고, 날카롭고 사람을 짓누르던 말을 내뱉던 입은 고요했다. 다시 눈을 떠서 평소처럼 관심조차 없는 듯, 어느 순간 미약한 흥미가 어렸듯 봐주어도 좋으니 제발 눈을 뜨길 바랐다. 돗포는 몸을 웅크렸다. 정말, 제발 일어나서 당신의 일그러진 시체마저도 사랑하노라 생각하는 나에게 차가운 말이라도 토해주길 바랐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도 닦을 생각을 못 한 채로, 돗포는 그렇게 한참을 떠난 이의 흔적 앞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움직일 생각은 하지도 않고 웅크려 우는 돗포의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힐끔거렸지만, 그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