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별하고 싶지 않은 안녕
나는 정말로 믿었다. 이 만남에, 이 인연에 끝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어리석지만 정말 그렇게 믿었다.
“절교야.”
나?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들은 그 낱말은 내가 아는 언어가 아닌 것 같았다.
“계속 저 애 싸고돌 거면, 우리 끝내. 길에서조차 아는 척하지 말자.”
멍하니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그 말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선생님들이 걱정할 정도로 달라붙어 지내던 우리였다. 늘 같이 웃고, 같이 축하하고, 같이 울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화냈다. 물론 오래 알아온 것은 아니었다. 겨우 12개월. 3월에 처음 만나서 친해졌고, 2월에 학년이 끝남과 동시에 이별했다. 5명이던 인원은 둘로 쪼개졌고 금세 산산이 부서졌다. 마치 하나로 맞물려 있던 적조차 없었다는 듯.
그리고 이별을 선언 당하는 순간. 내가 믿어온, 내게 전부이던.그 세계는 부서져 버렸다. 이제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 그런 세계로. 형제만큼이나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 관계가 주는 따뜻함과 안정감이 미칠 듯이 그리웠기에 몇 번이나 다시 붙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우리의 관계가 그만큼이나 약했던 거니?
답해주는 사람 하나 없는 차가운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 나는 나를 가둬버렸다. 이렇게 아픈 거면 다시는 맺지 않을래.
나는 그렇게 인연을 부정했다.
2. 준비되지 않은 이별
이별은 너무도 순식간에 다가왔다. 생각도 하지 못한 순간. 숨이 턱턱 막히도록 괴로운 그 순간은 너무도 큰 고통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너무도 부드러워서 오히려 괴로웠다. 평소 같으면 즐거워하며 손을 뻗고 기뻐하며 숨을 들이켰을 텐데.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너무도 괴롭고, 아팠다.
가벼이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도 달콤하고 너무도 씁쓸하여, 숨 쉬는 나의 고뇌는 고통이었다. 이 순간에 홀로 앉아 시간을 보내며 고고히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좋아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나누어준 대상의 배신은 뼈아픈 손실이었다. 왜, 어째서, 네가 왜- 따위의 질문들은 그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나는 더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고, 그들은 더는 나와 얼굴을 마주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은 천천히 멀어지는 것 대신 바로 멀어지는 것을 택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믿었지만,그것은 진실이 이니었다. 왜, 어째서 하는 부질없는 질문을 홀로 곱씹으나 그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음이었다. 알고 있지만 알기 싫은 것. 그러나 나는 바라보아야만 했다. 이별의 선언은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하늘을 물들이고 대지를 감싸 안기 위해 내리고 있었다. 대지의 어떤 부분은 이미 백색의 담요를 덮고 있었다.
그런 세상의 한쪽. 움직이는 우산 아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홀로 아픔을 끌어안은 작은 여자아이는 눈이 아닌 비를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