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garden

산뜻한 공기가 허공을 지나 휘날렸다. 찬란히 빛나는 것들이 가득한 땅 위에 빛이 내려앉았다. 찬연한 것들 사이에서 빛남은 만끽하던 것들이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저마다의 소리로 속삭였다. 한마디, 두마디 얹어진 것들이 쌓이고 뒤섞이며 음률을 이루며 세상을 황홀히 채우고 있었다.

철컥.

그 완연한 생명으로 가득 차있던 길이 둔탁한 쇳소리가 퍼지자마자, 순식간에 차게 식어 내렸다.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이 이어지던 노래가 잘리듯 멈춘 그 곳에 나타난 것은 햇살아래 부서져 찬연히 빛나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는 남자였다. 그를 감싼 검은 갑주와 그의 주변으로 흐르는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 기운에 모든 것이 깊게 침묵했다.

.”

생명으로 가득 찬 활기 대신 침묵과 싸늘한 공포로 넘실대는 곳에서 남자는 짧게 침음을 흘리며 주변을 돌아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아주 느리고도 느리게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 무감하면서도 차가운 시선이 마침내 멈추었다. 천천히 발을 옮기는 그에게서는 아까와는 달리 조금의 금속성도 나지 않았다. 입고 있는 것이 검은 갑주가 아니라는 것처럼 고요히 움직인 그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은, 적당한 나무의 앞이었다. 천천히 나무를 타고 올라가 하늘을 가리며 뻗은 가지와 그 위로 돋아난 잎사귀들을 훑어낸 그의 시선이 드디어 그가 찾던 이에게 닿았다.

카리슈마.”

남자의 작은 부름에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흘러내린 가지를 천천히 밀었다. 그의 힘에 휘어진 가지 너머로 새하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로 잠들어 있는 여인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시 한 번 카리슈마.’라고 말하자 잠들어 있던 여인의 눈이 작게 떨렸다. 그는 가만히 천천히 열리는 여인의 눈꺼풀과, 빛이 돌기 시작하는 붉은 눈을 진득하게 보고 있었다.

잘 잤나?”

.”

제노스. 몽롱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속삭임과도 같은 부름에 제노스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래.”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뻗어지는 부드러운 손을 향해 제노스가 손을 마주 뻗었다. 새하얀 손과 갑주로 감싸인 손이 순식간에 뒤얽혔다. 제노스의 차갑던 푸른 눈에 카리슈마의 붉은 눈이 가득 담겼다. 보랏빛으로 뒤얽히는 두 개의 시선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다시 묻지, 잘 잤나?”

.”

“‘사냥은 끝난 거?”

쏟아지듯 제노스의 품으로 떨어지는 카리슈마를 미동도 없이 잡아낸 제노스가 몸을 돌려 숲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갈 생각이다. 같이 가겠나, 카리슈마?”

싸움, 그저 그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남자의 부드러운 질문에 근처를 지나던 자들이 숨을 멈추는 것을 그도 알았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롯이 그녀만을 향하고 있는 귀와 눈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 좋아.”

 나긋나긋한 카리슈마의 답에 제노스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준비하라 명하도록 하지.”

.”

제노스의 품에서 카리슈마가 길게 하품을 하자, 그는 그것마저도 사랑스럽다는 듯 부드러이 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부드럽게 나아가는 그의 발걸음은 고요하고도 안정적이기 그지없어서 그 품에 앉은 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본 자들은 싸움에 대한 집요함으로 빛나지 않는, 카리슈마와 함께 있는 제노스의 눈을, 몇 번이고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낯설어서 제 눈을 의심하며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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